비전

1.

우리는 ‘정신건강 문제’를 ‘정신질환’으로 보는 관점에 반대합니다.

우울, 상실, 절망, 분노를 경험하거나 생소한 목소리를 듣거나 낯선 냄새를 맡는 경험, 주변 사람들이 나를 해칠 것 같은 느낌을 갖거나, TV나 라디오가 내게 얘기를 하는 경험 등은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인간적 반응입니다. 그 내용을 같이 나누고 공감하는 대신 이런 상태를 ‘정신질환’으로 딱지를 붙여 치료를 통해 고치려고만 하는 것은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하게 된 환경적 요인을 무시하고 당사자에게 잘못을 돌리려는 것입니다.

2.

우리는 ‘정신건강 문제’를 ‘영구장애’로 보는 관점에 비판적입니다.

앞서 언급한 정신건강상의 현상은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습니다. 정신건강문제를 ‘영구장애’로 보는 관점은 ‘정신질환’ 딱지가 붙은 사람이 치료되지 않았을 때 ‘회복이 불가능하다’는 전제 하에 자기관리를 하면서 살아가도록 억압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. 그러나 우리는 ‘장애’를 사회의 소수자집단으로 인식하고,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고, 주변사람과 사회를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기를 원하는 ‘장애운동’과는 같은 뜻을 갖고 또 함께 노력합니다.

3.

우리는 ‘정신건강 문제’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‘사회관계망의 피해자 및 희생자’라고 여깁니다.

우리나라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정신건강 문제는 어린 시절 또는 생의 어떤 시점에 사회관계망에서 비롯된 학대, 방임, 상실, 폭력, 왕따나 무시, 그 밖의 신체적, 정서적 트라우마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이 널리 인정되고 있습니다. 그 점에서 당사자들은 사회관계망의 피해자, 희생자입니다. 사회관계망이 알고서 또는 모르고서 가한 트라우마적 폭력행사에 대한 진지한 사과 없이, 또 그런 환경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당사자를 ‘불치의 질환인 정신질환’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행사가 될 수 있습니다.

4.

우리는 ‘정신건강 문제’로부터 완전히 회복될 수 있다는 가치와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.

우리는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문제에서 시작되어 당사자들의 생물학적 구조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이해합니다. 당사자를 둘러싼 사회관계망의 변화와 더불어 부정적으로 변화된 생물학적 구조도 다시 바뀔 수 있다고 믿습니다. 정신건강문제로부터 완전히 회복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. 우리는 각 당사자가 걸어가는 회복의 여정은 다양하고, 또 먼 길이겠지만 그 희망을 갖고 사회관계망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격려합니다. 정신건강분야의 모든 전문가들도 ‘회복’의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. 정신건강분야의 전문가들은 강제입원의 폐지, 인권기반의 치료, 인권과 자율에 기반한 개방형 개인맞춤 재활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할 것입니다.

5.

‘정신건강 문제’를 경험한 당사자들은 ‘경쟁적이고 대립적인 우리 사회 환경’을 다시 인간성을 회복하는 사회로 바꾸기 위한 사회개혁운동, 인권운동의 선두에 서 있다고 믿습니다.

정신건강 문제의 해결은 수평적이고 평등한 인간관계의 회복 없이는 달성될 수 없습니다. 각자의 목소리가 경청되고, 존중받는 사회환경의 조성 없이는 달성될 수 없습니다. 분노와 미움, 질시의 목소리가 지배적인 사회환경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달성될 수 없습니다.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당사자들은 평등한 인간관계, 상호존중과 상호인정의 사회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주체라는 소명의식을 갖기를 권유합니다. 우리는 그런 목표를 가진 당사자와 당사자단체의 활동을 지원합니다.